성경 전서 번역사 (p.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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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참여해 보지 않은 자는 그 사역을 짐작하거나 계산할 수 없다. 책 전체에는 약 1백만 7천 개의 음절이 있다. 이것을 세 번씩 읽고 검토하고 반복하고 조심스럽게 노트를 하는 것은 눈과 생각을 5백만 번 이상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길 고 지루한 과정을 물론 여러 사람이 나누어서 했지만, 사역의 대부분은 두 세 사람에게 떨어졌다.16)
레널즈도 1911년 번역의 어려움을 정리하면서, 미국인, 한국인, 일본인이 함께 일한 성경전서 작업에서 각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고 썼다.17)
첫째, 미국인 번역자는 무엇보다 본문의 정확한 의미 이해와 그 번역의 어려움을 겪었 다. 특히 “레위기의 제사법, 성막 건축에 대한 상세한 지침, 성전의 묘사, 이사야의 예언적 도망, 에스겔의 환상 부분에서 번역자는 현기증을 느꼈고 눈은 침침해 졌고 신경은 탈진되 었다.”18) 번역자회는 성경의 수 천 개 고유명사 번역에 3주일 보냈으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비기독교적인 용어에 세례를 주어 기독교 용어로 만드는 작업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죄’(sin)는 처벌을 받는 형법상의 ‘범죄’(crime)의 뜻이며, ‘사랑’은 높은 자가 아래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므로 하나님께서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사람은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다고 여겼다. 번역자들은 “한국어와 같이 빈약한 언어로 번역하는 일은 무척 힘 들다. 특히 한국어에는 믿음, 소망, 사랑, 거룩함, 은혜, 진리, 영생 등과 단어들이 없다.”고 보고했다.19) 그들은 구속(救贖)이나 칭의(稱義)와 같은 성경의 핵심 단어들도 한문 글자를 조합하여 새로 만들어야 했다.20)
둘째, 한국인 번역조사의 어려움은 정해진 시간에 오기, 계속 주의를 집중하기, 본문의 의미 파악, 적절한 동등어 선택, 외국인의 손에 의해 과격하게 왜곡되는 한국어 지키기, 오 탈자 없이 필사하기, 띄어쓰기와 맞춤법대로 쓰기 등이었다. 특히 원고의 정확한 필사본을 여러 부 정서하는 일은 한국인 조사들에게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셋째, 1910년까지 가장 논쟁이 된 점은 신명 용어 문제였다. 로스는 한국 종교의 ‘하느님’(혹은 ‘하나님’)이 성경의 ‘엘로힘’과 동일하다는 열린 타종교 신학을 가지고 있었다.21) 로스는 예수교의 새로운 ‘God'를 한국인이 섬겨온 고유의 ‘하나님’(하느님)으로 번역함으로 써 한국 영성사에 대전환점을 찍었다. 한국인의 ‘하느님’이 히브리인의 ‘엘로힘’, 그리스인의 ‘테오스’, 영미인의 ‘God'와 연속성을 지닌다는 이 과격한 주장은 ‘하나님’이 선교사의 가방에 들려 한반도에 수입된 것이 아니라 수천 년간 한국인과 함께 계시고 한국사 속에서 일하셨다는 고백이었다. 로스는 ‘하늘에 계신 주’로서의 ‘하나님’이 도교의 조화옹인 ‘상제’나 ‘천로야’와 원시 유교의 주재자요 유일신인 ‘상제’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순 한글이므로 더 나은 용어로 보았다. 로스가 ‘상제’나 ‘천주’나 ‘신’ 대신 ‘하나님’을 채택함으로써 이
16) J. S. Gale, "Personal Annual Report, June 1910" (Presbyterian Historical Society, Correspondence and Report of the Korea Mission of the PCUSA, Microfilm reel #285, vol. 244.)
17) 서울에서 번역된 위원회본 신약전서와 구약전서는 대부분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판했다. 일본인 식자공과 인 쇄공의 문제는 출판 과정에서의 어려움이었으므로 출판 사업에서 거론하겠다.
18) Reynolds, ""How We Translated the Bible into Korean," 301. 19) "Editorial Report," BFBS Annual Report for 1903 (London, BFBS, 1903), 446.
20) 그러나 추상어나 개념어가 발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교리 부분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①새로운 용어 조 합, ② 다른 종교(특히 불교)의 언어 차용, ③ 일본어나 한문 성경의 용어 차용 등 세 방법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근대 학문과 연관된 용어가 대부분 일본 번역어를 수용하는 방향을 취했다면, 많은 종교적 용어들 은 한문 성경이 채용한 불교 용어를 한글 성경에서도 사용했다. 불교적 용어의 예를 들면 죄. 중생, 구원, 심 판, 천당, 지옥, 자비 등이다.
21) 로스는 유교와 도교에 대한 긍정적 태도, 우상숭배 요소를 제거한 조상 제사 의례 지지(그러나 중국 전체 선 교대회의 반대 결정을 따라 제사를 금지함), 믿기 전에 일부다처를 가진 자의 세례 허용 등 관용적인 선교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열린 선교 정책은 동아시아 종교에 대한 연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했다.